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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부산대학교 도시공학과 박사과정 (Pusan National University ․ vnvn0280@pusan.ac.kr)
  2. 종신회원 ․ 교신저자 ․ 부산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Corresponding Author ․ Pusan National University ․ yeolchoi@pusan.ac.kr)



주택파손, 주거 박탈, 재난피해자, 심리적 충격, 추적조사
Housing damage, Housing deprivation, Disaster victims, Psychological trauma, Longitudinale study

1. 서 론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해 이상기후의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자연재해로 인해 삶의 터전을 침해당하거나, 재산상의 피해를 보는 이재민이 전 세계적으로 한 해에 2,2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2020년 한 해 동안의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는 피해액 약 1,315억 원, 인명피해 약 55명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된다(Ministry of the Interior and Safety: MOIS, 2021).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는 광범위한 지역에 영향을 미치면서도 돌발적이어서 예측하기 어렵고, 발생 원인 또한 다양하며, 통상 아주 빠르게 진행된다(Kim, 2012). 따라서 이러한 자연재해는 갑작스럽게 환경변화를 초래해 개인, 가족, 그리고 지역사회 전반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발생시켜 정신 건강상의 문제로까지 연결된다. 이러한 심리적 충격은 단순한 급성스트레스 반응에서부터 장기적으로 심각한 정신적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 현상으로 발전되기도 한다(Kim et al., 2017). 자연재해는 일반적으로 가장 흔히 겪는 외상 사건 중 하나이다(Eun et al., 2001). 실제로 재난피해자의 약 30 %는 재난 이후 PTSD 증상과 불안, 우울, 불면증 그리고 식욕감퇴 등 심리적 문제를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National Disaster Management Research Institute: NDMI, 2016). 대부분은 재난 상황 이후의 심리적 상태가 시간 경과에 따라 완화되지만, 이를 외면하거나 다른 부정적 요인이 결합하는 경우에는 장기적인 문제로 지속하기도 한다(Bae et al., 2010; Lee, 2005). 이에 Foster(2002)의 연구에서는 1986년 발생한 체르노빌 사태로 입은 심리적인 부정적 영향이 2002년에도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밝혔고, Ho et al.(2002)의 연구 또한 재난 발생 4달 후에도 17 %는 여전히 불안감을, 14 %가 여전히 악몽을 경험하고 있음을 보여 재난으로 인한 심리적 영향이 상당히 긴 시간 지속하였음이 확인되었다. 또, 재난피해자들이 겪게 되는 ‘심리적’ 피해는 경제적인 피해에 비해 잠복 기간이나 피해가 드러나는 기간이 길어 가시적으로 확인하기가 쉽지 않으나 경제적 피해만큼이나 중요하게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Kim et al., 2019). 따라서 과거에는 재난이 발생한 이후 재산상이나 인명의 손실 등에만 관심을 가졌다면, 피해자들의 정신적인 충격과 이에 대한 회복의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는 것이 최근 추세이다(Lee, 2014).

자연재난은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발생하기 때문에 한 번의 발생으로 건물 및 도시기반시설의 붕괴, 인명피해, 화재 등 지역에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시킨다. 특히 홍수, 태풍, 지진 등의 자연재난은 주택시장에 일시적으로 강한 충격을 가해 자연재난으로 인한 재난피해자 중 주택파손을 경험한 피해자가 상당수를 차지한다(Shin et al., 2021). 주택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을 넘어서 편안함, 안락함과 같은 심리적 혜택까지 함께 제공해주는 공간이기 때문에(Dunn, 2000) 재난으로 인해 주거의 상실은 심리적 불안정을 야기한다(Sohn, 1990). 또, 재난 피해로 인해 이재민이 된 경우 이재민들은 재난으로부터 주거 생활환경이 원상태로 복구되는 과정이 장기화하면서 또 다른 위험에 지속해서 노출되기 때문에 주택파손 피해자들은 생활의 변화와 불확실한 미래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Lee, 2014).

이에 본 연구는 자연재해 상황에서 주택이 파손된 가구가 경험하는 심리적 충격을 불안, 우울, PTSD 등의 다양한 척도를 통해 진단하고, 추적연구를 통해 심리적 충격이 심화하는 집단과 완화되는 집단의 특성을 파악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자연재해 상황에서 주택이 갖는 심리적 중요도를 확인하고 상대적으로 심리적 충격에 취약한 집단의 회복을 돕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고자 한다.

2. 이론 및 선행연구 고찰

본 연구는 재난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 중 주택이 파손이 재난피해자들에게 가져오는 심리적 충격의 정도를 확인하고, 추적연구를 통해 충격 정도의 변화 특성을 확인하고자 한다. 이에 재난피해자가 경험하는 심리적 충격과 특히, 주택의 파손이 갖는 심리적 영향에 초점을 맞춰 선행연구 고찰을 진행하였다.

2.1 재난과 재난피해자의 심리적 충격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조에 따르면 자연재난에는 태풍, 홍수, 호우, 강풍, 가뭄, 지진, 화산활동 등과 같이 자연이 원인인 재난으로 정의된다. 자연재난은 광역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그 규모가 크기 때문에 많은 피해를 동반한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10년 동안 발생한 자연재해로 인한 평균 피해액은 매년 약 442억 원이며 태풍, 호우 등으로 인한 피해가 주로 발생하고 있다(MOIS, 2020). 재난은 외상성 사건으로 다양한 심리적 충격을 동반한다. 이러한 충격에 성공적으로 대처한 사람은 더 나은 방향으로 적응하기도 하지만 재난으로 인한 충격은 피해 당사자와 그 가족들 대부분에게서 일시적이거나 영구적인 문제로 발전한다(Chun and Park, 2014). 충격적인 사건을 직접 경험한 당사자 외에도 간접적으로 경험한 많은 사람들이 그로 인해 불안이나 두려움, 우울감 등의 심리적 문제를 보이게 된다(Son, 2020). 이에 Taylor and Frazer(1981)는 재난피해자의 범위를 재난에 노출된 정도에 따라 6가지로 구분하였으며 National Trauma Center(2018)도 직접적인 충격이나 손상을 받은 피해자부터 대중매체 등을 통해 간접적인 심리적 스트레스를 겪은 전 국민까지 5단계로 구분하였다. 이러한 측면에서 일부에서는 재난피해자를 ‘피해자(victim)’가 아니라 ‘영향을 받은 사람들(affected people)’이라고 표현한다. 즉, 재난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사람으로 재난피해자의 범위를 보다 광범위하게 포괄한다.

재난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력을 살펴보면, Norris et al. (2002)의 연구가 160건의 재난 사건을 경험적으로 분석한 결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가장 많이 관찰되었으며, 재난피해자 중 30 % 이상이 PTSD 고위험군으로 나타났으며, 우울과 불안을 호소하는 피해자는 각각 28.7 %, 8.3 %로 나타났다(NDMI, 2019). PTSD는 스트레스의 한계를 넘는 경험 후 발생하는 심신장애로 심각한 재난이나 사고, 전쟁 등을 겪은 피해자의 경우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Lee and Ahn, 2016). 일반적으로 재난을 경험한 사람들은 6개월 이내에 일상성을 회복하는 등 시간에 따라 충격의 정도가 완화되지만, 일부 재난 취약자의 경우는 초기 대처에 따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발전되기도 한다(Clark and Ehlers, 2004; Song, 2012). 또, 테러를 경험한 중국 이민자 30 %가 심각한 우울 증상을 보이고 그중 21 %는 PTSD를 겪었으며(Son, 2020), 포항지진의 직접적인 피해자 중 상당수가 정신건강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Kwon and Park, 2019). 이처럼 사고 피해 노출의 정도가 클수록 심리적 고통이 크고(Kim and Kwon, 2009) 스트레스 상황이 지속 되면 집중 곤란, 대인관계 무관심, 흥미 상실, 불안이나 우울 등 다양한 심리적 후유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2009년 미국 질병 제어 센터는 홍수 피해 지역의 주민을 대상으로 하버드 외상척도(HTQ), 생활 질량 척도(SF-36), 증상 척도(SCL-25) 등을 실시해 재난으로 인해 겪게 되는 정신적 장애의 발병률을 구체화했다. 그 결과, 불안(72.4 %), 우울(66.9 %), PTSD (37.8 %) 순으로 도출되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이와 같은 선행연구를 토대로 심리적 충격을 측정하기 위해 불안, 우울, PTSD를 척도로 활용하였다.

2.2 재난으로 인한 주택파손의 심리적 충격

인간은 태어남과 동시에 경험을 통해 장소와 관계를 맺고, 물리적 환경에 대해 감정적, 인지적 감상을 받게 된다(Kenz, 2005). 즉, 공간은 개인의 인지와 경험을 통해 의미가 부여되어 장소가 되고, ‘특정 대상물과 친밀함을 유지하고자 하는 욕구’가 장소와 결합하여 장소 애착(place attachment)이 형성된다. 장소 애착은 환경에 대한 심리적인 소유와 애착심을 가지며 그것에 상당한 의미와 중요성을 부여하게 된다(Werner et al., 1985). 이에 장소 애착은 거주자의 만족도와 행복, 그리고 삶의 질을 측정하고 개선하는 핵심 지표로 특정 장소에 애착을 갖는 경우 장소를 상실할 경우 오랫동안 심각한 우울증과 상실감을 경험한다(Lewicka, 2011).

Choi et al.(2005)에 따르면 이러한 장소 애착은 주거지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주택은 장소이면서 동시에 인간과 환경과의 심리적·체험적 관계를 의미해(Dovey, 1985) 단순히 물리적 환경뿐만이 아닌 복합적인 의미를 지닌다(Saegert, 1985). 즉, 장소로서의 주택은 세상으로부터 피난처가 되는 장소, 나에게 친숙하고 익숙한 장소, 나를 안락하게 해주는 장소, 그리고 나의 독자성을 표현해주는 장소 등 감정적인 의미로 설명된다(Appleyard, 1979). 이러한 주택은 인간에게 주거를 위한 공간 서비스를 제공하며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기능을 한다. (1) 자연적 위협과 (2) 외부인의 침입으로부터 거주자를 보호하고 (3) 거주자가 노동력을 재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과 (4) 거주자가 자신의 후세대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을 제공하며 (5) 가족과의 유대를 통해 거주자가 정신적 만족감을 느끼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이 중 전자의 세 가지 기능은 인간이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기능이라고 할 수 있으며, 나머지 두 기능은 인간다운 삶을 위해 추가로 요구되는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주택이 제공하는 주거서비스의 기능을 전자의 세 기능으로 한정하였다면, 현대로 올수록 감정적인 의미인 후자의 두 기능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그러므로 물리적 힘에 의해 오래 거주하던 주거를 강제로 박탈당했을 때 인간이 가지는 상실감은 가족을 잃은 고통과 비교되기도 할 만큼 심각한 정도로 나타난다(Fried, 1963). 즉, 주택의 파손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인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주택의 기능(Maslow, 1943)을 상실하게 하고, 이는 심리적인 고통의 요인이 되고 사회 심리적인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Park et al., 2017). 이러한 측면에서 자연재난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주택을 위협하기 때문에 개인의 정신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Weems and Overstreet, 2008). 따라서 본 연구는 자연재해로 인한 주거공간의 파손으로부터 발생하는 심리적 충격이 여타 피해로 인한 것보다 클 것으로 가정하고 연구를 진행하였다.

3. 분석자료 및 분석 모형

3.1 분석자료

본 연구는 자연재해 피해 중 주택파손을 경험한 가구를 대상으로 피해 당시의 심리적 충격의 크기를 분석한다. 이때 모든 재난피해자에게 있어 “세월이 약”이 되어 주지는 못한다는 점에 집중하여, 추적조사(longitudinal study)를 통해 재난이 가져온 심리적 충격이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가중되는 사람들의 특성을 파악하고자 한다.

이에 연구자료로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의 재난피해자 패널조사 자료를 사용하였다. ‘재난피해자 패널조사’는 2012년~2017년의 기간 동안 재난을 경험한 국내 거주자를 추출하여 표본을 구성하였으며, 2016년 제1차 조사를 시작으로 재난을 경험한 국내 거주자의 재난 경험, 정신·신체 건강, 사회활동, 경제상태, 구호서비스 등 총 6가지 영역을 조사하고 있다. 조사 방식은 면접원이 조사자의 응답을 기록하는 대면 면접법(Face-to-Face Interview)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현재는 제4차 조사 데이터까지 개방되어 있다.

본 연구는 재난피해자의 심리적 피해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동일항목 구성이 어려운 제1차 조사는 제외하고 2~4차(2017년~2019년) 재난피해자 패널조사 자료를 활용하였다. 이에 자연재해(태풍, 호우, 지진)로 인해 주택파손을 경험한 가구의 심리적 충격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하고자 하였기에 자연재해로 피해를 본 총 1,471가구 중 (1) 주택파손 피해를 경험하였으며 (2) 2회 이상 응답한 총 1,138가구를 연구대상으로 설정하고 분석하였다.

3.2 변수의 구성 및 측정 도구

본 연구에서 종속변수에 해당하는 심리적 충격을 우울(Depression), 불안(Anxiety),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 전반적인 심리적 충격(Overall Psychological trauma) 등 4가지로 구분하였으며 Table 1과 같이 각 변수에 맞는 척도를 통해 사건 발생 직후와 시간이 지난 후의 충격 정도를 측정하였다.

각 변수에서 사용한 척도를 살펴보면 먼저, 본 연구에서 우울은 한국판 우울증 선별도구(Patient Health Questionnaire, PHQ-9)를 통해 측정하였다. 우울증 선별도구(PHQ-9)는 Spitzer et al.(1999)가 1차 의료에서 우울 장애의 감지를 쉽게 하고 진단에 도움을 주기 위해 개발한 자기 보고식 질문지이다. 이는 9문항으로 구성되어 기존의 우울증 척도들보다 문항 수가 매우 적어 실무 현장에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응답 범주는 대상자가 최근 2주 동안 각 문항에 해당하는 내용을 얼마나 자주 느꼈는지에 대해 4점 리커트 척도(1=전혀 느끼지 못했다, 4=거의 매일 경험하였다)를 이용하여 측정된다.

불안은 측정에 사용된 범불안장애 척도(Generalized Anxiety Disorder, GAD-7)는 Spitzer et al.(2006)이 1차 의료에서 범불안장애를 선별하고 심각도 측정을 위해 개발된 자기 보고식 검사이다. 이는 총 7문항으로 4점 리커트 척도(1=전혀 느끼지 못했다, 4=거의 매일 경험하였다)로 구성되며 우울증 척도인 PHQ와 마찬가지로 최근 2주를 기준으로 해당 내용을 얼마나 자주 느꼈는지 응답받는다.

또, 한국판 사건충격척도(Korean Version of Impact of Event Scale-Revised, IES-R-K)을 활용하여 PTSD 수준을 측정하였다. 사건충격척도(IES-R)는 Horowitz et al.(1979)에 의해 외상 관련 증상을 자기보고 식으로 작성하는 척도로 개발되었고, 이후 Eun et al.(2005)에 의해서 한국판 사건충격척도(IES-R-K)가 제안되었다. 이는 총 22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응답 범주는 지난 일주일을 기준으로 증상의 정도를 5점 리커트 척도(1=전혀 없었다, 5=매우 자주 있었다)로 응답받는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에서는 불안, 우울, PTSD 등 재난 피해로 인해 유발되는 다양한 심리적인 충격을 전반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변수를 구성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우울(9~36점), 불안(7~28점), PTSD (22~110점)의 응답 범위가 모두 다르므로 각각을 표준화해 더해 ‘전반적인 심리적 충격(Overall Psychological trauma)’이라는 새로운 변수로 정의하였으며 계산식은 다음 Eq. (1)과 같다.

(1)
$Overall\;\; Psychological\;\; trauma = \\ Z(Depression)+Z(anxiety)+Z(PTSD)$

이를 바탕으로 Table 2와 같이 변수를 구성하였다. 종속변수인 심리적 충격 변화는 응답자가 재난 피해를 경험한 당해의 심리적 충격과 마지막 응답(1년 또는 2년 후)의 충격 차이로 계산하였으며, ‘충격의 심화(deepen)’와 ‘충격의 완화(relief)’로 구분하였다.

독립변수는 가구 특성, 재난구호서비스로 구성하였다. 가구 특성 중 ‘개인의 회복력’은 재난으로 인한 상황에 대처하고 적응함에 중요한 요소(Cho, 2019; Kim and Kim, 2019)라는 선행연구를 토대로 변수로 구성하였으며, 개인의 회복력은 외상 사건 경험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위협적인 상황에 적응하고 극복해 이전 상태로 회복하는 능력을 말한다(Choi et al., 2007). 또, 가족, 친척, 친구, 이웃, 기관, 정부와 같은 사회적 관계망을 통해 형성된 ‘사회적 지지’는 충격의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도록 돕고, 장기적으로는 지역사회 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재난피해자들이 심리적 충격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Shim et al., 2016). 이처럼 개인의 회복력과 사회적 지지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외부적인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재난 상황의 모든 단계에서 상당히 중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Kim and Kim, 2019). 이에 Smith et al.(2008)의 단축형 회복 탄력성 척도(Brief Resilience Scale, BRS)를 통해 개인의 회복력을 측정하였다. 이는 6문항의 자기 보고형 척도로 5점 리커트 척도(1=전혀 그렇지 않다, 5=아주 그렇다)로 응답받으며 1, 3, 5번 문항은 긍정적 단어지만, 2, 4, 6번 문항은 부정적 단어로 되어 있어 반대로 배점해야 한다. 또, 사회적 지지는 Park(1985)에서 제안된 문항을 Yu and Seol(2015)가 수정 보완한 도구를 사용하였다. 이 척도는 총 12문항에 5점 리커트 척도(1=매우 그렇지 않다, 5=매우 그렇다)로 구성되어 있다.

다음으로 본 연구에서는 재난구호서비스를 4가지(심리적 안정 지원, 생활서비스 지원, 보건의료 서비스 지원, 경제적 지원)로 구분하여 재난 발생 후 마지막 응답까지 가구의 경험 여부를 응답받았다. 구체적인 내용은 Table 3과 같다.

Table 1. Measurement Data for Three Types of Trauma

Trauma type

Measurement

Number of questions

Scale

Depression

Patient health questionnaire

9

4

Anxiety

Generalized anxiety disorder

7

4

PTSD

Korean version of Impact of Event Scale Revised

22

5

Table 2. Summary of Variables

Classification

Variables

Explanation

Dependent variables

Psychological trauma change (changes in the first and last responses to overall, depression, anxiety and PTSD)

Deepen (includes equal)=1, Relief=0

Independent

variables

Household

characteristics

Age

Age

Gender

Male=1, Female=0

Income (won)

Under 1 million=1, 1~2 million=2, … 4~5 million=5, Over 5 million=6

Personal resilience

0~6

Social support

0~12

Relief services

Psychological counseling

Yes=1, No=0

Living services

Yes=1, No=0

Health care

Yes=1, No=0

Economic support

Yes=1, No=0

Table 3. Disaster Relief Service Type

Classification

Variables

Psychological counseling

Psychological counseling support

Living services

Relief supplies

Lunch and laundry support

Support for temporary residential facilities

Health care

Health support

Support for infectious disease prevention services

Economic support

Support for living stability (living expenses, emergency family caregivers)

Tax, insurance, communication, pension support

3.3 분석 모형

본 연구에서는 다양한 독립변수가 심리적 충격의 변화를 결정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확률선택모형에 기초한다. McFadden (1981)에 의해 개발된 이 분석 모형은 의사결정 주체에게 있어 가장 효율적인 대안을 선택한다는 이론적 근거로, 선택 대안이 둘일 때 이항 로짓 모형(Binary Logit Model)의 사용이 적합하다(Choi et al., 2012). 본 연구의 종속변수는 심리적 충격의 변화로, ‘충격의 가중’과 ‘충격의 완화’로 이루어진 이분형 변수이기 때문에 이항 로짓 모형의 사용이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이항 로짓 모형의 기본 식은 다음 Eq. (2)와 같다.

(2)
$y=\sum_{k=1}^{K}\beta_{k}x_{k}+\epsilon ,\: y=\begin{cases} 1\;{if}\;{y}>0\\ 0\;{otherwise} \end{cases}$

Eq. (2)로부터 기대되는 사건 $y$가 일어날 확률 $prob(y=1)$은 다음 Eq. (3)과 같다.

(3)
$prob(y=1)=F(\sum_{k=1}^{K}\beta_{k}x_{k})$

위의 두 식으로부터 유도된 오즈비(Odds ratio)는 다음 Eq. (4)와 같이 구할 수 있다.

(4)
$prob(y=1)=F(\theta)=\dfrac{e^{\theta}}{1+e^{\theta}}(단,\: \theta =\sum_{k=1}^{K}\beta_{k}x_{k}) \\ e^{\theta}=\dfrac{prob(y=1)}{1-prob(y=1)},\: \log(\dfrac{prob(y=1)}{1-prob(y=1)})=\sum_{k=1}^{K}\beta_{k}x_{k}$

오즈비는 이항선택에 있어 한 사건이 일어날 확률($prob(y=1)$)과 일어나지 않을 확률($1-prob(y=1)$)로 나눈 것으로, 단순한 확률이나 비율이 아닌 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 경우의 확률에 대비해 일어날 사건의 확률의 비율로 해석되어야 한다(Choi et al., 2014).

4. 주택파손 가구의 심리적 충격 변화 특성 분석

4.1 변수의 기초 통계량

변수에 대한 기초 통계량은 Table 4와 같으며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경험한 가구는 주택파손을 경험한 1,138가구(77.4 %)와 그 외 피해를 경험한 333가구(22.6 %)를 합한 1,471가구이다. 먼저 자연재해 피해가구의 심리적 충격의 정도는 피해 종류와 관계없이 중간 정도(Park et al.(2010)의 연구에서는 PHQ-9의 점수에 따라 결과를 4점 이하를 우울증 아님, 5~9점을 가벼운 우울증, 10~19점을 중간 정도의 우울증, 20점 이상을 심한 우울증으로 구분하였다.)의 우울, 중도(Lowe et al.(2008)의 연구는 GAD-7 점수에 따라 5점 이상이면 가벼운 불안, 10점 이상이면 중도 불안, 15점 이상은 매우 심한 중증도 불안으로 구분하였다.) 불안(≓10) 그리고 고위험 수준(Eun et al.(2005)의 연구에서는 IES-R-K의 점수에 따라 PTSD 정도를 구분하였고, PTSD 경향을 지닌 부분은 17/18점, PTSD 선별 절단점은 24/25점으로 구분하였다.)의 PTSD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주택파손 가구의 우울은 12.64 (>12.53), 불안은 9.78 (>9.66), PTSD는 43.75 (>42.28), 전반적인 심리적 충격은 0.09 (>0.06)로 모든 값에서 전체 피해가구의 평균값보다 높게 나타나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중에서도 심리적 충격의 정도가 심함이 확인됐다.

다음으로 주택 피해가구의 평균 나이는 57.3세로 전체 피해 가구(56.6세)보다 높고, 소득은 더 낮은 특징을 보였다. 또한, 개인의 회복력(2.41점)을 전체 가구(2.48점)보다 낮게 평가해 재난으로 인한 충격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해석할 수 있다. 주택 피해가구의 경우 사회적 지지에 대한 응답도 5.29점으로 전체 응답(5.34점)보다 낮게 나타났는데 이는 심리적, 물질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관계가 상대적으로 약함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재난구호서비스 경험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심리적 안정 지원(20 %)과 보건의료 서비스(26 %) 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낮고, 생활서비스(45 %) 및 경제적 지원(44 %)의 이용률이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Table 4. Descriptive Statistics of Variables

Variables

All disaster-stricken

Damage to a house

Min

Max

Obs

Mean

SD

Obs

Mean

SD

Depression

1,471

12.53

4.63

1,138

12.64

4.56

9

36

Anxiety

1,471

9.66

3.64

1,138

9.78

3.57

7

28

PTSD

1,471

42.28

18.14

1,138

43.75

17.87

22

109

Overall psychological trauma

1,471

0.06

2.61

1,138

0.09

2.59

-2.75

13.06

Age

1,471

56.6

18.00

1,138

57.3

17.70

14.0

95.0

Gender

1,471

0.48

0.50

1,138

0.48

0.50

0

1

Income

1,471

3.29

1.48

1,138

3.24

1.47

1

6

Personal resilience

1,471

2.48

2.16

1,138

2.41

2.14

0

6

Psychological counseling

1,471

0.04

0.19

1,138

0.04

0.20

0

1

Living services

1,471

0.28

0.45

1,138

0.29

0.45

0

1

Health care

1,471

0.07

0.56

1,138

0.07

0.26

0

1

Economic support

1,471

0.27

0.45

1,138

0.27

0.44

0

1

Social support

1,471

5.34

4.30

1,138

5.29

4.20

0

6

4.2 주택파손 가구의 심리적 충격 변화 특성 분석

본 연구는 자연재해 피해 중 주택이 파손된 가구를 대상으로 당시의 심리적 충격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며, 영향요인은 무엇인지 확인하고자 하였다. 이에 이항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진행하였으며 그 결과는 Table 5와 같다.

전반적인 심리적 충격의 경우 소득, 개인 회복력, 사회적 지지, 보건의료 서비스 경험이 시간에 따라 충격이 가중되는 데 유의미한 영향을 주었다. 구체적으로 소득이 한 단위 낮을수록 충격이 심화하였을 가능성이 17.1 % 높아졌고, 개인의 회복력과 사회적 지지 정도가 낮을수록 충격이 처음보다 커질 가능성이 각각 6.5 %, 3.2 % 증가하였다. 이와 같은 결과는 대부분의 연구에서 소득이 낮을수록, 개인의 회복력이 낮을수록, 사회적 지지가 낮을수록 정신건강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는 것과 동일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보건의료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 경우 이용한 경우보다 충격이 심화하였을 확률이 약 2배(exp=0.478) 커졌다. 보건의료 서비스의 중요성은 우울뿐만 아니라 불안, PTSD에서도 유의하게 나타나 재난피해자들이 재난 후 가장 먼저 필요로 하는 것은 실질적인 기본서비스(Ursano et al., 1995) 즉, 의료서비스 등 개인의 안전을 확립할 수 있는 요소라는 것과 일치하는 결과로 볼 수 있다.

Table 5. Determinants of Psychological Trauma Change in Housing Damage Households

Classification

Anxiety

Depression

PTSD

Overall trauma

B

exp

B

exp

B

exp

B

exp

Intercept

0.618*

-

1.323***

-

0.692**

-

1.006***

-

Age

-0.003

0.997

-0.012***

0.988

-0.008**

0.992

-0.003

0.997

Gender

0.096

1.101

0.161

1.174

-0.030

0.965

0.052

1.054

Income

-0.010

0.990

-0.023

0.977

-0.101**

0.896

-0.158***

0.854

Personal resilience

0.055*

1.056

-0.020

0.980

-0.061**

0.941

-0.063**

0.939

Social support

-0.026*

0.974

-0.033**

0.968

-0.018

0.983

-0.032**

0.969

Psychological counseling

-0.023

0.977

-0.285

0.752

0.657**

1.939

0.458

1.581

Living services

-0.051

0.950

0.061

1.063

0.159

1.169

-0.147

0.864

Health care

-0.777***

0.460

-0.848***

0.428

-0.600**

0.549

-0.739***

0.478

Economic support

0.365**

1.441

0.365**

1.440

0.230

1.256

-0.053

0.948

***p<0.01, **p<0.05, *p<0.1

4.2.1 불안(Anxiety)의 변화 특성

다음으로 불안의 심화에는 개인의 회복력, 사회적 지지, 보건의료 서비스 경험, 경제적 지원 여부가 영향을 미쳤다. 우울에서 보인 결과와 유사하게 재난구호서비스 중 보건의료 서비스를 받았을 때(약 2.2배), 경제적 지원을 받았을 때(약 1.44배) 불안 정도가 심화 될 가능성이 증가했다. 또, 사회적 지지에서 부의 영향력이 관찰돼 사회적 지지가 낮아질수록 우울 정도가 처음보다 커질 확률이 약 3 % 높아지는 것이 확인됐다. 따라서 사회적 지지가 부정적인 정서 반응을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으며, 개인의 심리적 적응을 돕고 좌절을 극복하게 하며 문제해결의 도전을 받아들이는 능력을 강화한다는 Park and Chun(2017)의 연구와 같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Jin et al.(2014)에서도 유사하게 관찰되었으며, 재난피해자가 고통스러운 경험을 할수록 가족, 친구로부터 정서적 도움을 요청하게 되고, 이로부터의 사회적 지지는 긍정적인 심리적 적응을 끌어내게 된다. 즉, 사회적 지지는 정서적 외로움을 해소하고 행복감을 높여(Walen and Lachman, 2000) 심리적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4.2.2 우울(Depression)의 변화 특성

먼저 우울의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변수는 보건의료 서비스 이용 여부로 서비스 이용 경험이 있을 때 우울 정도가 완화될 확률이 약 2.3배 커졌다. 반면, 재난구호서비스 중 경제적 지원은 보건의료 서비스와 달리 정의 영향을 가지는 것으로 도출되어 경제적 지원을 받았을 때 우울 정도가 심화할 확률이 약 44 % 높아졌다. 이러한 정의 영향력은 불안과 PTSD에서도 확인되었는데 이는 경제적 지원이라는 구호서비스가 가지는 특징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사회재난 구호 및 복구비용 부담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경제적 지원으로 구분되는 생계비의 지원 기준(생계비 지원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가구의 생계를 담당하던 사람으로서 가구구성원 중 소득이 가장 많은 사람이 사망·실종 또는 부당을 당하여 소득을 상실하거나 재난으로 피해를 입어 휴업·폐업 또는 실직하는 경우 (2) 농업·어업·임업 및 소금 생산업에 피해를 입어 생계유지가 곤란한 경우)이 경제적으로 매우 위급하거나, 나아가 가족 중에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등으로 재해로부터 심각한 위협을 받은 가구가 경제적 지원 대상이 된다. 즉, 구호서비스 중 경제적 지원을 받았을 때 우울과 불안이 가중된다고 단순하게 해석하기보다는 응답자가 경험한 피해의 정도에 따라 정신적인 충격이 사고 직후에 바로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고, 장기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Kim et al., 2019)에 유의해야 한다.

또, 가구주의 특성 중에서는 나이가 어릴수록 우울 정도가 심화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고령층보다 중년층이 가족 내 역할과 재정적인 면에서 부담을 더 많이 느끼기 때문에 충격의 정도가 더 큰 것으로 해석된다(Norris et al., 2002).

4.2.3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의 변화 특성

재난에 의한 심리적 스트레스를 가장 잘 보여주는 PTSD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가구주의 나이, 소득, 개인 회복력, 심리 안정 지원 경험, 보건의료 서비스 경험 등이 있으며 이 중 재난구호서비스 중 심리 안정 지원으로 심리 안정 지원을 받았을 때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PTSD가 가중되었을 확률이 약 2배(exp=1.939) 높아진다. 재난 심리회복지원은 재난으로 인한 심리 반응이 악화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심리상담 활동으로 재난의 유형, 피해 정도 등과 관계없이 당사자 또는 관계기관에서 서비스제공을 요청하는 모든 경우를 대상자로 한다(MOIS, 2017). 따라서 일반적으로 심리 안정 지원을 받았으면 불안, 우울에서 관찰된 것과 같이 시간에 따라 그 충격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PTSD에서는 정의 관계를 보였고 이는 재난의 심리적 영향의 단계를 통해 해석할 수 있다. 재난 위기의 심리적 영향에 관한 여러 선행연구를 종합하면 재난의 심리적 영향의 1단계는 불안이나 공포, 슬픔, 우울과 같은 크고 작은 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다. 2단계는 대인관계의 역기능, 약물 의존 등의 증상으로 볼 수 있으며, 마지막 3단계는 2단계의 심화로 인한 정신질환으로 PTSD는 3단계에 속하게 된다. 즉, 우리나라에서 지원하는 재난 심리회복지원의 경우 추후 PTSD로 나아가는 것을 예방하려는 조처이기 때문에 심리적 영향 1단계에 해당하는 불안, 우울 완화에는 효과가 있으나 3단계에 해당하는, 이미 PTSD 단계로 진입한 경우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보인다고 해석할 수 있다. 즉, 재난 스트레스에 대처할 수 있는 자원의 부족으로 스트레스 요인을 차단하지 못하면 오히려 ‘역기능’이 발생할 수 있다(Jhone, 2021).

우리나라의 심리지원체계는 평상시에는 자체계획 수립 등 업무가 수행되고, 재난이 발생하게 되면 재난피해자의 심리회복을 위한 지원이 수행된다. 이때 심리지원은 1차 설문 조사, 2차 집중 조사 결과에 따른 미술 상담 등 무의식중에서 안정을 찾아가도록 하는 활동이 대부분이다(Kim et al., 2017). 하지만 실질적으로 재난 정신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은 혼란스러운 상황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수단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또한, 사회적인 인식으로 인해 적극적으로 치료를 찾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정신적인 충격의 경우 후유증이 크기 때문에 보다 세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Lee, 2014). 이에 재난 심리지원 제도를 운용하는 해외 선진 사례를 살펴보면, 제도의 주요 의의는 심리와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신보건 사업을 수행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심리지원체계도 재난피해자들이 일상적인 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포괄적인 지원정책과 제도적 장치 마련과 지방자치단체의 심리지원 대비 인적·물적 자원의 네트워킹 구축 및 활성화, 지속적인 교육 및 홍보 등의 구체적인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Kim et al, 2017).

5. 결 론

본 연구는 자연재해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재난피해자들이 겪게 되는 심리적 충격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하였다. 자연재해는 정확한 예측이 어렵기에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가 삶의 터전을 잃는 등의 급격한 환경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이는 재난피해자에 스트레스를 발생시키고 나아가 정신 건강상의 문제로까지 연결되기도 한다. 특히 자연재해로 인한 주거공간의 상실은 질병이나 범죄와 같은 2차 위험요소의 노출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한, 현대에 들어서면서 주택에 대한 인식이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전환되면서 이러한 주거공간의 피해로 인한 심리적 충격은 더 클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본 연구는 자연재해 피해 중 주택파손을 경험한 가구를 대상으로 피해 당시의 심리적 충격의 크기를 측정하고, 추적연구를 통해 심리적 충격이 어떻게 변화하며, 변화의 특성이 무엇인지 확인하고자 하였다. 또한, 정신적인 충격은 다른 신체 질환과 달리 사고 직후에 바로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기에 본 연구에서는 피해 발생 이후 추적조사를 진행해 변화 양상을 파악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갖는다. 이에 선행연구 검토를 통해 심리적 충격을 불안, 우울, PTSD로 구성하였으며, 재난 피해로 인해 유발되는 다양한 심리적인 충격을 전반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전반적인 심리적 충격 변수를 추가로 계산하여 총 4가지의 심리적 척도를 활용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응답자가 재난 피해를 경험한 첫 번째 해와 마지막 응답의 심리적 충격의 차이를 ‘충격의 심화(=1)’와 ‘충격의 완화(=0)’로 구분해 종속변수를 구성하였다. 독립변수는 가구의 특성, 재난구호서비스 경험으로 구성하여 이항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진행하였다.

연구 결과, 불안, 우울, PTSD, 전반적인 심리적 충격 모두 전체 피해가구보다 주택파손에서 더 크게 나타나 주택의 파손으로 인한 심리적 충격이 여타 다른 피해보다 더 크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다음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심리적 충격을 심화시키는 영향요인들을 확인하기 위해 이항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진행한 결과, 재난으로 인해 발생하는 심리적 충격이라고 할지라도 불안, 우울, PTSD 그리고 전반적인 심리적 충격 등 그 성격에 따라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다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보건의료 서비스의 중요성은 모든 충격 종류에서 유의하게 분석돼 재난 위기관리 측면에서 원초적(raw) 공포를 경험하였을 피해자에게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기본서비스의 제공이 제일 먼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Ursano et al.(1995)의 연구에서 재난 상황의 경우 육체적 돌봄이 바로 정신적 돌봄이며, 재난 후 최초의 개입은 안전을 확립하고, 음식과 의료를 공급하는 등 피해자들을 보호하는 데에 초점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과 일맥상통하는 결과로 볼 수 있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의 심리지원체계는 불안, 우울과 같은 단기적인 충격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심리적 영향이 가중된 PTSD에서는 오히려 역효과를 보였다. 이에 심리지원체계의 발전의 한 방향으로 심리적 경험 보고(psychological debriefing)를 제안할 수 있다. 이는 재난 후 개입방법으로서 가장 공식화된 집단지지방법으로(Lee, 2005) 외상에 대한 공통적인 경험을 공유하고,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알고 공유하며 자신의 정서를 표현하는 과정을 거친다. 즉, 재난 상황에서 심리적 고립감을 느낄 수 있는 피해자들이 같은 피해를 경험한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과 정상화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 보고는 같은 고통을 경험한 사람 간에 상호작용을 통한 정상화를 초래해 우울과 혼란이 감소하는 환기효과를 불러오며(Coates and Winston, 1983), 경험 보고 형식의 상담을 경험한 경우 다양한 심리적 충격 완화에 긍정적인 결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Dyregrov and Gjestad, 2003; Saari, 1996; Weinberg, 1990). 따라서, 우리나라의 심리지원체계가 재난 초기 피해자들의 심리적 충격을 관리하기 위해 기본서비스를 통한 안정을 제공하는 것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한발 더 나아가 그 이후의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그들의 회복력을 복원시키고 사회적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해 통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본 연구는 자연재해 상황 중에서 주택파손의 경험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충격의 변화 특성을 확인하고자 하였으며, 특히 추적조사를 통한 특정 집단(심리적 충격이 점점 더 가중되는 집단)을 추출하여 그 특성을 심층 분석하였다는 점에서 새로운 접근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본 연구가 주택파손에 따른 심리적 변화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자연재해의 유형에 따른 특성이나, 주택의 파손 정도에 대한 고려는 미비하였다는 점에서 일부 한계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추후 후속 연구를 통해 본 연구의 부족한 부분들을 보완·발전시킨다면 자연재해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난으로 인한 피해가 심리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며, 특히 주택이라는 공간이 개인의 정서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다양하고 참신한 접근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감사의 글

이 논문은 국토교통부의 스마트시티 혁신인재육성사업으로 지원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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